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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다가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가 상단에 뜨길래 1화를 보기 시작했다. 전혀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이 봤는데 비밀 상담소는 성 상담소 같은 곳이었음. 고등학교에서 성생활 상담이라니... 한국에서는 꿈도 못 꾼다. 

영어 제목은 Sex Education 으로 한국어제목은 매우 순화해서 거부감 없이 만들었단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5화까지밖에 안봤지만 밀려오는 불편함에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깨어있는 척 하지만 사실은 아닌... 아래 내용은 스포 약간 있음

주인공인 메이브는 멋있는 역할을 하는 캐릭터다. 학교에는 cock biter 라고 불리고, 캠핑장에서 혼자 살면서 생계는 힘겹고, 피임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었으나 낙태수술까지 혼자 잘 받는다. 머리도 좋고 페미니스트 작가의 책을 좋아하며, 음악취향도 멋있고, 쿨한 패션스타일도 일관되며, 남들이 궁시렁거리면 가운데 손가락 하나 세워준다. 

몇개 에피소드에서 보인 메이브의 반응은 정말 깬다. 메이브 말고도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에 뭍어있는 성 고정관념들... 섹스를 주제로 다루고 있으면 좀 더 열려있어도 될 것 같은데 

생각나는 장면들 몇 개를 꼽아보자면, 학생들에게 '우간다 여학생들을 위해 생리대 지원' 관련 연설을 해야하서 복도에서 중얼거리던 선생님,  "생리대, 숙녀용품, 위생용품" 어떤 단어가 나을지 혼자 중얼거리다 메이브랑 마주친다. 

메이브 : 위생용품이 좋겠어요. professional 하잖아요. less creepy 하고. 

나: ...;;;;

좀 이해가 안간다. 선생님이 우간다에 생리대를 지원한다고 말해야하는 이 입장에서 생리대라는 단어가 크리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전혀 모르겠다. 

또 다른 장면, 무슨 가십걸마냥 전교에 익명으로 퍼지는 은밀한 부위의 사진.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 안 하고 사진을 품평하며 빈정거리고 낄낄댄다. 

???? 2010년대 프로그램인가 싶었다. 아무리 쇼지만... 너무 현실감 없으며 특히 지금 같은 시대에 이런 범죄를 놓고, 당사자는 조마조마해서 못그런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모두가 2차 가해하듯 말하는 태도들... 너무 몰입이 안 됐음. 

위에 저 남자애 표정보소;

그 다음 장면, 사진의 주인공은 메이브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한다. 이 사태가 피해자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이해하는 메이브는 돈도 받지 않고 도와준다. 하지만 이게 섹스 문제 상담도 아니고 왜 오티스한테 범인 찾는 걸 맡기듯이 말하는지는 노이해였다. 오티스가 테라피스트지(아마추어지만) 탐정이냐? 

나쁜 소문때문에 cock biter 라고 불리게 된 줄은 알겠다만, 그런 고통을 아는 사람조차도 피해자가 호소하기 전에는 그냥 헤프닝처럼 넘길 수 있는 전교에 퍼진 여자 생식기 사진 사건~ ㅋㅋ 웃기다

이제 범인을 찾자. 누구에게 사과할 만한 행동을 했냐? 따져본다. 

오티스: 이건 널 망신주려고 한 짓이야. 누구나 몸을 가지고 있다. 네가 부끄럽지 않다면 다 헛일이야. 의연해야해.

이건 또 무슨 말인지.... 니 알몸사진을 전교생이 보게 되더라도 니가 의연하고 부끄럽지 않다면 가해자가 한 짓이 아무 소용 없을 거야~ ㅋㅋ

뭐라고 해야할지... 가상의 인물임을 떠나서 제작진은 어떻게 저런 대사를 창조했을까?

이어지는 메이브의 대사!!!

메이브: 여자네, 남자인줄 알았는데 여자네. 감정적인 협박, 사과 요구하는 것, 딱 여자 짓이네

메이브가 페미니스트 작가 책을 좋아한다는 설정은 왜 넣으셨죠? 일관성이 없잖아요 캐릭터가;;;

차라리 "이 사람 mbti 가 ESFJ 네! 이성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계획적인 인싸가 한 짓이네!" 라고 말 하는게 어이없어도 더 납득갈듯... 16가지 성격유형의 mbti도 성별으로는 전혀 구분짓지 않는데, 페미니스트 분위기를 풍기는 주인공 메이브는 감정과 사과요구 두 가지만으로 성별을 파악했다. 대단하군!!!

한국페미 서양페미 이러쿵 저러쿵을 떠나서 감정적=여성적 이라고 전제하고 하는 추론 자체가 굉장한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처럼 보인다. 

 

 

모순적이게도 이 시리즈의 이름은 Sex Education... 이름 값을 전혀 하지 못한다... 영국발음은 너무 듣기 좋지만, 깨어있는 '척' 한다는 점 때문에 보기가 힘들어서 중단ㅠㅠ 메이브 낙태할때 애 아빠되는 애한테는 왜 아무 말 안하고 메이브가 모든 걸 다 척척 알아서하게 만드셨나요? 남자가 피임까지 잘 한 경우에는 이게 다 여자가 책임져야하는 것 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여러모로 답답한 작품. 뒤에 어떻게 전개되는 지는 잘 모르겠다. 뒷 에피소드들에 이 모든걸 다 정정하는 섹스 에듀케이션이 될만한 내용이 나올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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